다음은 지금으로 말하면 행정부 6개 부처인 육조판서(장관급)를 고루 지낸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이 이조 성종 임금 8년(1477)에 지은 풍자 유머집 <태평한화(太平閑話)>에 나온 글 중의 하나입니다.
차계기환(借鷄騎還)-닭을 빌어타고 집에 돌아가려네
김선생은 우스운 소리를 잘해 웃깁니다.
어느 날 친구를 찾아 갔더니, 이 친구가 얼마나 짠지 술안주로 산나물만 차려 나오는거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워낙 가난하여 집이 누추하고 시장이 멀어서 맛있는 안주를 장만하지 못해 기름진 안주가 없서 부끄럽네'.
그래서 할 말을 잊고 밖을 내다 보니 여러 마리의 닭이 뜰아래 끝에서 모이를 정신없이 쪼아먹는 걸 보고는 김선생이 '허 허- 모름지기 대장부는 돈을 아끼지 않는 법이니 그럼 저 내 말을 잡아 안주로 삼자구'라 대꾸했더니, '말을 죽이면 그럼 집까지 그 대신에 뭘 타고 돌아가려고'라 물었다.
그러자 김선생이 '그럼 자네 닭을 빌어 타고 가면 될 께 아냐'라 반문하자 그 친구가 기가 막혀 크게 웃더니 결국은 닭을 잡아 안주로 올려 놓더라고.
지좌소채只佐蔬菜 다만 나물만 장만함 정제庭除 뜰의 끝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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