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3년 전에 사재 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 번에는 모교에 100억원 상당의 제주도 2만평 토지를 쾌척하여'서울대(자랑이 아니고) 발전기금'을 설립했다.
이 원로 영화배우는 부인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는데 역시 영화계의 스타였던 부인은 남편의 과거를 절구질하며 늙으막에 TV에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대화가 빈곤하면 내려와야지.
그 절구질을 심하게 하면 곡물이 밖으로 튀어나옴을 모르는지 아는지, 피리를 너무 세게 불면 제 소리가 안 나오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없이도 살 수 있었던 것 처럼 말한다.
누가 그러더라? 말을 많이 할수록 막히게 되면 가슴에 담아둘 말까지 끌어다 쓴다고?
나는 일찍 죽은 남편의 허물을 종이꽃으로 만들어 전도하는데 요긴하게 쓰던 최 아무개 목사의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와 불우한 여인을 돕는 이모교수(숙대)의 훌륭한 간증을 몇 번 읽다가 그 사실에 놀라면서 안타깝다랄지 가증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검은 과부 거미(black widow spider)'가 교미했던 숫거미를 뜯어먹는다잖은가?
뻔히 살아있는 남편의 체신을 짓뭉게는 여인이나, 이 세상을 떠난 망부를 깔아 뭉게고 자신이 독실한 체하는 인기녀들의 위선(the Holy Willie)을 구경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 멀쩡히 살아있는 남편을 민달팽이 괄대총(slug)으로 기어가게 만들어 그 뭐가 좋은가?
나는 이에 기억나는 말이 있다. 이퇴계 선생 유언. "저 매화에 물 좀 줘라." 지나간 세월동안 선생이 가꾸며 같이 보던 이미지 노목개화.
지나간 세월을 감사히 여기며 기부문화 신회장, 부인은 문어발 씹듯 아직도 과거를 깨무는 입방아. 남편은 돈을 잃고 엄앵앵은 여직 돈 버는 오드 커플. 이 것이 부인과 짜고 치는 여생(餘生)의 고스톱인가?
^-^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 노털 도둑꼉 제 5장. 유탁약(猶橐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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