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애는 꿈꾸고 있다. 그녀는 엿듣는 애인.
"아무리 심하게 욕해도 욕만으로는 그들이 다치지 않지. 이사장을 직접 부르자."
"오늘 만나면 그의 긴장이 풀어지는 포근함을 드려야지."
그가 율대홍 말갈보석을 선물한다.
"기쁨은 아이들 것, 사랑은 어른 것."
용모가 준수하고 까만 그가 침실에 들어올 때 그녀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말 한 마디 하기 힘들다.
"늘그막에 쉬려고 왔네. 남의 비밀과 결점을 샅샅이 들춰내는 여인."
이 말에 이모에게 강한 시기를 느껴 원인무효 소송준비의 웃음 속에 이사장의 부대상소로 불복신청을 각오하고 칼을 갈며 말한다.
"이모는 뛰어 올라 타려는 나를 갑자기 떨어뜨리는 질투의 흰 말.
어디에 씌였나,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질투는 지옥같이 잔혹하여 노여움이 불같이 일어남을 참고 있는 게 누군데?"
"나는 두애씨와 음도를 안한 사이. 방해하시는군. 미련을 버리시요. 본래 사랑과 증오는 같은 뿌리에서 생겼다고, 콩줄기 털었다고 미워 콩깍지로 콩 태우시나요?
어떻개 해야 하나?"
"칠보시를 아시면서 낙신부를 모르시니 이러지요. 근본을 잃으시고.
사쁜히 즈레 밟는 버선발에 채이는 먼지를 보셨나요?
어여쁘게 발 뻗는 걸 봐주셨나요?
낙신부(洛神賦) 낭송(朗誦)에
이미 남의 뜰에 피어버린 꽃,
하물며 그 것이 육친의 뜰에 핀 꽃이라면
충청도 얼어리 땅의 오욕이지.
'길고 가려진체로 드러난 목덜미 흰 살결은
연지도 호사한 분도 바르지 아니하였구나
밤은 깊었는데 잠들지 못하고 엉킨 소리에 젖어 새벽에 이르렀노라
이제 돌아서 높은 곳 오르려 해도 발걸음은 가고자 하나 뜻이 머물려하니
남은 정을 되새기고 돌아보며 탄식한다'고."
"그 어찌 사랑과 욕구는 같이 있섰나요?"
"어찌 내 사랑은 이성 안에서 애달아하고 공부하는 책 위에서 울고 있서 안 그래요?.
어찌 감성을 두고 이성으로만 유희하니 안 그러냐구요?"
" ............ "
"우리가 엄마의 젖을 같이 먹었다면 밖에서 서방님이 나를 만날 때 입을 맞추어도 저를 업신여길 사람이 없지요."
"그러면 암망아지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지. '나의 누이, 나의 사랑, 나의 비둘기, 나무랄데 없는 나의 사랑아 문 열어다오. 내 머리에는 이슬이, 내 머리에 밤 이슬이 가득하는구나'라고."-아가 5:2
"오- 마음으로 즐기는 것보다 흉내가 좋고 직접이 좋지요."
"오- 사람들이 왜 입을 맞추지?"
"그 건 애정과 인사, 존경과 사랑의 표현, 사랑의 문설주 아녜요?"
"입맞춤은 몸을 여는 접이문. 담을 통하는 문 여는 손잡이. 그 곳 천문天門이 열리고."
"그래요. 키스는 뺨에 손에 입을 맞추고 접문(接吻)은 입술주변에. 그러나 지금...제가 하는 건 '사랑의 문설주'!"
" .............. "
"감사해요. 덕분에 새 차를 꺼내고 뵙고 싶었어요.
소유주 소책자를 보다가 제 재산목록 1호를 살펴 보았서요. 동산이에요.
동산이 저에게 있다고요. 벌거 벗은 몸을 보고 님 생각이 나서요.
제 몸이 잊지 못하고 사모함에 촉촉함이 원기로 열리고 날씬하게 무르익은 몸 뜻대로 되어야지요."
" ........... "
"콜라를, 백설공주[코케인]를 대접하려고 모신 건 아녜요.
좋은 여자에게는 그런 건 애초에 없지요.
그 건 대화가 빈곤한 유구무언들이 딴 길로 새는 비싼 버릇.
말 없이 본심만 착해도 무언유언이 아니겠서요?
깨물수록 구수한 볶은 깨처럼. 이 중에서 누가 서로를 위하는 애인일까요.
신랑을 마지할 신부는 지금 불을 밝히고 있지요."
피부가 문묘조같이 부드러운 그녀가 황금색 갑사를 개키고 그를 잠자리로 부른다.
"제가 옷을 벗었으니 어찌 다시 입사오며 제가 발을 씻었으니 다시 더럽히겠나요?"-아가 5:3
" .......... "
"여인이 우수를 못 이기어 친한 눈초리로 결속하는데 여염집 아낙에게 푸른 산호보물을 주었으니 밉지만 그의 지성은 대단하고 여인을 단속하는 그에게 보답하려고 어찌 나라고 쌍옥반을 안주겠어요?"
그녀가 애원하는 눈초리로 그를 쳐다볼 때에 열정적이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육감적으로 유혹하게 보이고 그도 거절할 수 없고 그들의 끊어진 금슬의 현을 다시 잇는다.
이어 그녀는 큰 일날 그 사람에게 자신을 매우 곤혹스럽게 여긴다.
꿈 속에서 그녀는 하피를 벗고 큰 물 속으로 인도되어 잠겼다 솟았다 한다.
수면 위로 떠올라 격랑의 물결이 흘러내려 파르르 떨다 느즈러지며 태어날 때의 몸에 흠벅 적셔진 주름을 단속한다.
흐르는 물에 밀려가며 훌부시다 떼어내지면 다시 위로 밑으로 뒤로 앞으로 부양포음(負陽抱陰), 리듬따라 들나고 오르면 묻어 내린다.
그는 랑, 그녀는 탁, 옥진은 거린다. 밀물이 들어오면 가늘게 올려 감기고 나면 고통은 그녀의 쾌감을 타고 길게 미끄러져 나간다.
한쌍의 마주치는 동자의 거울에 하늘거리는 엷은 마음.
나비의 촉모로 보드랍게 그린 푸른 눈섭이 그와 마주치고 젖혀질 때는 제남색 동자는 숨어 보이지 않고 휘어진다.
그토록 설득하더니 들어 나서고 그늘에서 쉬듯 코 높은 그와 눈맞추는 억새.
이슬에 젖은 꽃 버시더니 향랑이 주두를 통해 비워지고 탄자가 투두득 터질 때면 바람따라 머금은 향을 풍긴다.
누를래야 누를 수 없는 힘에 뚝이 무너지는 거센 힘.
그녀는 이모와 당신의 수삼줄로 꼬아 만든 사다리.
입맞춤은 몸을 여는 접이문(twig gate stile). 위기관리 운명의 문.
그녀는 결혼도 아니고, 계약결혼도 아니고 동거도 아니고 현지처도 아니고 동성애도 아니고 남장하고 사는 여인.
그가 그녀를 찾아올 때면 '여우가 울고 보슬비내리는 침침한 밤에 파란 칠을 한 무덤가 백양나무에서 도깨비 불티가 사라오르며 혼이 하늘로 오르는 걸 방해하고 파란 호랑이 귀신의 발톱이 무덤에서 나와 무덤 속의 시체를 놀라킨다'는 전화를 합니다.
환상의 물매진 레일을 오르내리는 활주차(roller coaster).
고르지 않은 그런 인생행로가 스릴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그냥 그를 만나며 이대로 편하게 사는 게 건강에 좋답니다.
현재까지 20년. 새장의 새는 거슬리는 바람에 옛 수풀 그님을 그리워하고 못 속의 물고기는 회오리 바람에 깊은 그 물을 경험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