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가장 담담하게 먹을 수 있는 국은 된장국이다.
어릴 때부터 거의 하루도 빠지지않고 먹었었고, 먹고 탈나거나 체한 적이 없는 가장 순한 음식이다.
적어도 내게는.된장이라는 느낌이 그래도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아무리 찌는 여름이어도 속이 불편한 때는 된장국만한 것이 없다.
단지 여름 된장국은 그 보관에 주의하지 않으면 가슴아픈 사태가 벌어지기 쉽상이다.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된장국 님이 제 상태로 살아남으시길 기대하기 정말 어렵다.
그리하여 냉장고를 신세지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다 이왕 냉장고 신세지시는 분 냉장고의 냉기마저 이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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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이 거의 다 끓었을 무렵 급하게 외출을 해야했고
국 한 냄비가 고스란히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이거이 다시 끓으려면 시간 좀 걸리겠구나 싶어서 걍 먹기로 결정한 것이다.
멸치와 다시마로 맛국물을 만드는 동안
근대는 씻어서 썰어둔다.
맛국물이 완성이 되면 적당량 된장을 풀어넣고
끓어오를 때 근대를 넣어서 끓인다.
아래 오른쪽의 상태는 이미 냉장고에서 한김 제대로 식히고 나오신 상태이다.
핫hot한 국이 아니라 쿨cool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켜드리련다.
이왕 냉국밥이 될 거 생채소를 더 넣어서 생동감을 주려고 했다.
양배추와 오이를 가늘게 썰었다.
아욱국을 시원하게 퍼질러 담고,
얼음도 종종히 넣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밥 한 공기 투하!
자세히 보지 않으면 냉국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얼음들이 냉의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냉국밥이랄지라도 밥은 뜨거운 밥이 좋다.
뜨거운 밥이 찬 국물과 만났을 때 겉이 꼬들해지는 느낌이 좋다.
찬밥의 경우 밥알과 국물이 너무 따로 노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
밥은 따뜻한 밥이 먹기에 더 좋다.
물론 얼음이 녹게되니 간은 적당하게 맞춰야겠지만.
원래 냉국밥을 하려면 국의 간을 조금 강하게 해도 좋겠지만
그저 국을 먹으려 했기에 간은 평소의 된장국간이다.
냉장실에서 나온 된장국이어서 얼음은 별로 안 녹겠지만
뜨거운 밥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은 시원한 열무김치와 함께 했다.
냉국을 먹을 때는 이렇게 신선한 생채소와 함께 하는 보람이 있다.
있는 거 뭐든 넣어도 좋겠지만
단순하게 양배추와 오이만으로도 꽤 멋진 맛이 되었다.
잊지 않아야할 것은 청양고추.
이 청양고추 없으면 무슨 맛이랴!
밥을 제대로 말아보았다.
된장의 색이 은은하니 좋다.
생채소들이 어떻게 섞여야할지 고민하는 모양새이다.
탱글한 밥알이 그대로 살아있다.
먹고 먹어도 질리지않는 된장국은 참 멋지다!
근대국을 차가운 냉국으로 먹는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겟지만
이 맛은 상당히 중독성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