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이 왜 그리울까? 생각해보면 언뜻 쉽게 생각나지는 않는다.
다만 엄마가 집에서 감자를 주로 간장에 조려줬던 것에 반해
외할머니는 고추장에 맵게 조려주셨었고
특히 여름방학에 놀러가면 입맛이 없어지면 안 된다하시면 좀 맵게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있다.
쇠고기라는 것을 먹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래도 감자와 마구 어울어지게 조리를 할만큼 흔한 것이 아니어서
고기 조금에 감자 많이~ 이런 식으로 조리를 해주셨었다.
그래도 내 숟가락에는 쇠고기 조각을 얹어주셨었지만 말이다.
비밀인데... 이 요리에는 사실 고기보다 감자가 더 맛있다 ㅎ
큼직큼직한 감자를 잘라서 먹고 고기 한 점을 가져다 몇 조각으로 나눠서 뜯어벅고...
어릴 땐 그랬었다.
지금처럼 쇠고기가 흔해진 때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때 그 포근함과 푸근함은 그대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주재료는 쇠고기, 양파, 감자이다.
중간 크기의 감자 4 개에 쇠고기는 500그램 정도이다.
반 정도만 넣어도 충분하지만 여름이라 기운이 딸리는지라 넉넉히 넣었다.
감자는 4 등분 정도하고 양파는 그것보다는 좀 작게 잘랐다.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와 양파를 볶았다.
냄비를 흔들면서 뒤적뒤적해줬다고 해야하나.
감자의 표면이 투명해질 때까지.
쇠고기를 넣었다.
냄비에 넣고보니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해보인다.
같이 뒤적거리고 볶아준다.
그리고는 물을 넣고 끓인다.
센불로 끓이다보면 거품이 나온다.
잘 걷어내는 게 신상에 좋겠지 싶다.
양념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라는 기억을 더듬어서 만들었다.
고추장 3 큰술에 고춧가루 1 큰술을 넣고 마늘 몇 톨은 대충 잘랐다.
단맛이 좀 있어야할 것 같아서 허니 파우더를 좀 넣고 청주를 넉넉히 넣었다. 대략 반컵 정도.
간장은 간의 느낌보다는 색과 다양한 맛을 위해 한 큰술 반 정도 넣고, 매실청도 조금 넣었다.
한 번 끓어오르고 거품도 잘 제거해 낸 후에
양념을 넣는다.
여기까지는 센불에 팍팍 삶아줬다.
이제 불을 줄이고 뭉근히 조려준다.
원하는 만큼 조려졌을 때 청양 고추를 조금 넣었다.
대략 서너 번 정도 먹을 양이라 처음에는 이 정도 국물이 있는 게 좋을 듯하다.
찜과 조림의 경계에 있는 듯한데
정겹고 쉽게 만들어진 느낌으로 보면 조림에 더 가깝다.
사실 쇠고기는 이 보다는 불고기감으로 하는 게 더 쉽기도 하다.
로스 감이어서 조금은 묵직한 그림이 되었다.
그래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데는 최고이다.
풍부하게 씹히는 맛도 들고.
오래 조려져서 고기도 알맞게 부드러워져있다.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감자이다.
하나 가득 입에 넣고 싶지만 크다.
또 뜨겁다 ㅎㅎ
젓가락만 닿아도 잘 잘라지니까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입에 쏙.
음...
이맛이구나.
밥 반찬으로도 좋고 감자는 그냥 먹어도 간이 잘 맞는다.
수미감자라 그 포근함은 최고이다.
여름철 기운을 복돋우는데는 고기가 최고다...라고 요즘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튼 큼직한 고기를 먹어주면 기운이 나는 건 사실이니.
감자나 고기나 그냥 먹어도 좋다.
하지만 그 국물은 이렇게 밥에 비벼 먹는 게 최고이다.
다른 반찬 없어도 정말 맛나다.
아침에는 이렇게 밥만 먹는 게 오히려 더 좋기도 하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밥만 뜨거우면 찬 국물을 비벼서 먹어도 좋다.
여름이라 그런지 자꾸 매운 게 당긴다.
위가 자극될 정도로 매운 게 아니라면 오히려 따뜻하거나 매운 것이
여름철 위에는 더 좋을 것이게자주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