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감사론(監司論)」 이라는 명쾌한 논문에서 큰 도둑과 작은 도둑을 대비하여, 지위가 높은 감사(요즘의 도지사)는 큰 도둑이고, 현감·군수들은 작은 도둑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조그마한 현이나 군을 다스리는 군수나 현감이야 도둑질을 하더라도 많이 도둑질 할 재물이 작지만, 수십 개의 현이나 군을 다스리는 감사는 도둑질 할 꺼리가 많아 큰 도둑이 되는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권한이 크고 힘이 센 큰 도둑에게는 벌을 주어도 큰 벌을 내리고, 작은 도둑들에게는 그에 비례하여 작은 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세간에는 향판(鄕判)에 대한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향판의 본래 취지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한 지역에 오래도록 근무하는 판사는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전근 다니지 않고, 일정한 고을에 오래 근무하면서 그 지역의 실정에도 밝고, 그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여 올바른 정보를 통해, 범죄자들을 제대로 징벌할 수 있다는 잇점을 우선 고려했던 제도였습니다. 더구나 그 고을의 출신으로 그 고을에 오래 근무하면서 자신의 고을을 위해서 일하고 봉사한다는 사명감이나 자부심까지 지니게 되어,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탓할 이유가 없는 좋은 제도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큰 권한과 징벌권을 가진 향판이 그 고을의 토호(土豪)들과 결탁이 되거나 이권에 대한 흑심을 지니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때문에 다산은 그의 『목민심서』 「금폭(禁暴)」 조항이나 「속리(束吏)」 조항에서 고을의 수령이나 도백이 토호들과 결탁되는 경우 일반 백성들은 살길이 없기 때문에, 관장(官長:관의 책임자)은 마땅히 토호들의 발호를 막는 일이 최우선의 일이고, 그들의 피해를 제거해서 양 같이 순한 백성들이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최대의 임무라고 주장했습니다. 깡패들과 다름없는 토호들, 간악하고 악독한 토호들의 비리와 불법을 막지 못한다면 백성들이야 살아갈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한 지역의 건설업자로 한때는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인일 경우, 그는 당연히 그 지역의 향판이나 향검(鄕檢)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기업이 기울어 큰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향판이나 향검들은 그동안의 지내던 정리나 도움에 감사하는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향편·향검의 제도는 좋은 제도가 아니라 악한 제도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다산은 「금폭」 조항에서 참으로 훌륭한 목민관들이 곧고 바르게 수사하고 재판하여 날뛰던 토호들의 무단적(武斷的) 행위를 어떻게 제압했던가를 무수한 사례로 열거해 놓았습니다. 돈 많은 기업인은 하루 노역 댓가가 5억이라는 판결을 내린 향판님들, 토호들을 강력히 단속하라던 다산의 뜻에 부합하는가요, 아니면 사회적 정의나 형편성에라도 맞는 판결인가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 Re: 큰 범죄엔 너그럽고 작은 죄에만 가혹한 세상
계급차별에 해방을 위한 결사운동으로 우리나라 형평운동史를 잊은 법조계.
썩은 것을 봐줬다고 나중에 봐주는 것도 아님.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여측이심(如厠二心).
고슴도치가 오이 짊어지듯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경제사범.
그물 눈처럼 법률이 세밀하여 죄인을 놓치지 않는 건 좋으나 그 엄하고 바름에 새우 잡는 그물로는 서민만 비참해 진다. -隆刑嚴罰 峭直刻深 法察網周 慘毒庶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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