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맛보는 트렌디 카페&레스토랑
올해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이 큰 인기를 끌며 복고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복고 콘셉트의 카페나 주점이 재조명받는 것과 더불어 경양식, 떡볶이, 소보로빵 등 '추억의 맛'을 모던한 인테리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경양식·소보로빵 등 추억의 맛 부활
1980년대 고급 외식당으로 인기를 끌었던 경양식집이 최근 부활하고 있다. 트렌디한 거리로 대표되는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경양식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후후양식당(02-511-9220)에서는 일본식 햄버그스테이크(1만5000원)와 반숙 오믈렛라이스(1만3000원)를 맛볼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신사동 세로수길에 경양식집 모단걸 응접실(02-3448-0815)이 문을 열었다. 주인 유지영(41)씨는 "어릴 적 특별한 날 아빠 손잡고 외식하러 갔던 곳이 경양식집이었다"며 "요즘에는 비후까스, 돈까스 등 옛날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경양식집이 거의 없어 직접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 대표 메뉴는 오리지널 함박스테이크(1만4000원), 비후까스(1만4000원), 돈까스(1만1000원) 등 과거 경양식집에서 주로 선보이던 음식들이다. 점심세트를 주문하면 빵과 수프가 곁들여 나오는데 이것 역시 추억의 맛을 잘 재현했다. 식전 빵으로는 채소와 과일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를 듬뿍 넣은 '사라다빵'이 나온다. 수프는 1980~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오뚜기 크림수프'의 맛을 내고자, 밀가루를 볶아서 만든 크림수프를 제공한다. 유씨는 "2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은 브로콜리수프, 양송이수프 등 고급 수프에 길들여져 있어서 '수프 맛이 왜 이래' 하지만 30대 이상은 '옛날 그 맛'이라며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1980~90년대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먹었던 '파르페(7000원)'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바닐라아이스크림 위에 장식용 우산을 꽂은 모습까지 예전 그대로다. 인테리어도 복고풍이다. 샹들리에, 꽃무늬 소파 등 1930~40년대 고급 살롱 느낌이지만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몄다.
- 신사동 세로수길의‘모단걸 응접실’에서는 함박스테이크, 비후까스 등 옛날 경양식 메뉴와 함께 파르페도 즐길 수 있다.
'추억의 소보로빵'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분당 백현동 카페거리의 카페 소보로(070-4408-6750)는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와 함께 애플 시나몬 소보로(6800원), 초코 바나나 소보로(6500원) 등 소보로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를 선보인다. 사과, 바나나 등 과일을 팬에 구운 다음 주사위 모양의 페이스트리 조각과 직접 반죽해 구운 소보로, 아몬드 등을 얹어 만든다. 주인 이경화(30)씨는 "제가 어릴 때 많은 사람들이 소보로빵을 좋아했다"면서 "특히 소보로빵 위의 바삭하고 달콤한 소보로만을 뜯어 먹던 기억이 있어서 이를 활용한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추억의 빵’소보로를 활용해 만든 이색디저트인 애플 시나몬 소보로.
■떡볶이 카페와 복고풍 카페도 인기
분식집에서 즐겨 먹던 떡볶이도 요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빌라 드 스파이시(02-518-1973)는 즉석떡볶이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떡볶이는 재료와 색깔에 따라 메뉴를 구성했다. 빨간색의 아라비아따떡볶이, 노란색의 단호박떡볶이, 분홍색의 로제떡볶이, 흰색의 까르보나라떡볶이 등이 있다. 인기 메뉴는 즉석떡볶이(2인분 기준 1만3000원)와 크림소스로 맛을 낸 까르보나라떡볶이(1만원), 단호박으로 소스를 만들어 달달한 단호박떡볶이(1만원)다. 주인 김창규(40)씨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찾는다"면서 "좁은 분식집이 아니라 카페 공간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떡볶이를 즐길 수 있어 여성 손님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압구정동의 새미 헤이츠 블루스(02-517-3233)는 카페형 분식집이다. 떡볶이·튀김·순대 등 분식집에서 먹던 메뉴들이 접시에 멋스럽게 담겨 나온다. 낙지떡볶이(1만원), 뽀모도로떡볶이(1만원) 등 하우스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과 곁들여 먹기 좋은 퓨전떡볶이도 있다.1970~80년대 학창 시절 추억의 소품들로 꾸민 카페도 다시 인기다. 지난해 10월 일산 웨스턴돔에 문을 연 카페 꽃다방 미스김(031-906-6962)은 문 앞에 분홍 스카프를 두른 미스김 동상이 손님을 맞이한다. 안에 들어가 보면 옛날 책걸상·칠판·뽑기·만화책 등 학창 시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커피와 함께 다양한 추억의 메뉴를 판매한다. 1000원을 내면 직접 '달고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글 이제남 기자 | 사진 장은주 기자